철강 구조조정, 제대로 알고 얘기하자

철강 구조조정, 제대로 알고 얘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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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9.23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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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에스앤앰미디어 hyju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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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강산업의 구조조정 관련 이야기들로 업계가 어수선하다.

  추석 연휴 기간 중 모 유력 종합일간지가 현재 진행 중인 보스턴컨설팅의 철강보고서를 입수했다며 후판 7개 공장 중 3개를 폐쇄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전했다.

  지난 5월 한국철강협회가 보스턴컨설팅그룹(BCG)과 철강보고서 연구용역 계약을 맺으면서 비밀유지를 전제로 했다. 이에 업계의 궁금증과 의혹이 최종 보고서 기한인 9월 말을 앞두고 더욱 증폭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더욱이 업계 관계자들은 BCG측의 관련 업체들에 대한 조사나 자료 요청이 없었다며 보고서의 가치와 신뢰성, 활용도에 부정적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심지어 일부 관계자들은 발표도 되기 전에 ‘엉터리’이거나 '미국 논리에 충실 할 것'이라는 주장을 서슴치 않고 있다. 

  사실 그동안 새어나온 구조조정 방안을 보면 앞서 후판과 더불어 철근은 지역별 통폐합, 강관 부문에서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정도다. 
  이것들을 종합해 보면 ‘엉터리’를 넘어 무조건 과잉이므로 생산능력을 줄여야 한다는 논리로 일관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수출이 많은 중국, 우리나라 등이 전 세계 공급과잉의 원인이므로 우선적으로 생산능력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 미국, 유럽 철강업계나 정부의 의견이다.
  미국에 본사를 둔 보스턴컨설팅그룹이 이런 논리를 따라갈 것이라는 것은 시작부터 우려했던 일이다.

  세부 품목별 수급 전망, 그리고 공장, 설비별 경쟁력 여부를 꼼꼼히 따져야 정확한 과잉 규모가 나오고, 과연 어떤 설비들을 어떻게 줄여야 할 것인지 옳은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과정과 내용이 없다면 어느 누구도 이 보고서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대한민국 철강산업의 미래를 좌우하는 기준이 될 엄청나게 중요한, 또 무려 10억 가까운 비용이 투자된  이번 연구용역이 왜 외국계 업체, 특히 미국계 BCG에 발주됐는가를 되짚어 보아야 한다는 판단이다.

  이런 가운데 19일 수출입은행의 보고서에 한국 철강산업이 생존하려면 포스코, 현대제철을 합병해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 언론에 공개됐다. 이 보고서는 현재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감산 전략보다는 M&A를 통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또 신일본제철이 스미토모금속공업을 합병해 비용 절감 및 이익 증가 등의 합병효과를 거둔 사례를 예로 들었다.

  이는 분명히 소탐대실(小貪大失)의 판단이 아닐 수 없다. 국내 철강시장은 포스코와 현대제철 양사 경쟁체제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를 합병하면 또 다시 독점체제로 돌아가자는 이야기가 된다.
  물론 일관제철 외에 전기로제강, 냉연판재류, 강관, 선재제품 등의 분야에서는 업체 난립과 과도한 경쟁이 이뤄지고 있어 M&A를 통한 규모의 경제, 또 비효율 설비의 폐쇄 및 해외 매각 등을 추진할 필요성과 가치가 충분할 것이다. 

  그러나 일본 사례를 예로 우리나라에서도 일관제철의 합병을 거론하는 것은 그야말로 앞뒤를 모르는 '언어도단'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일본 사례는 과거 일관제철 5개사 체제에서 스미토모금속 합병 후 3개사 경쟁 체제로 전환된 것이라는 점을 간과했다. 그러나 일관제철 양사 체제인 우리나라에서의 합병은 이익보다는 손실이 큰 일 임에 분명하기 때문이다. 

  결국 보스톤컨설팅 보고서나 수출입은행 분석 자료 등이 모두 올바른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전문성 부족이 그 첫 번째 이유다. 여기에 너무 부실한 조사와 분석, 그리고 고민없이 남의 일인양 혹은 의도된 결론을 내리는 우를 범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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