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의 횡포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갑의 횡포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 철강
  • 승인 2017.12.11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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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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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수요업계의 행태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이른바 ‘갑’의 입장에 선 그들이 휘두르는 칼날에 ‘을’의 입장에 있는 철강업계가 입은 상처는 너무 깊다.
 
최근 전기로제강사와 냉연업계를 대상으로 수요업계의 요구는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상도의는 물 건너 가버렸고 자신들의 잇속만 챙기려는 이기주의적인 생각뿐이다. 저들의 무자비한 횡포에 철강업계는 벙어리 냉가슴의 속앓이가 심하다.

영업이익이 무려 50조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는 삼성전자가 철강 공급 제품에 대한 원가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기업에 제품 원가를 공개하라는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비상식적인 요구이다. 최근 특정 고급 제품 수익성이 좋아지자 원가압박을 위한 칼을 빼든 것이다. 태도를 바꿔 세탁기, 냉장고 등의 원가를 소비자단체들이 요구한다면 아무런 반감 없이 순순히 응할 수 있는지 되묻고 싶다.

LG전자는 한술 더 떠 자사 공급 제품에 대해 가격연동제를 제의했다고 한다. 이것을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수익을 보장해 주는 좋은 시스템으로 오인하기 쉽다. 하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가전사에 공급하고 있는 용융아연도금강판(GI) 가격이 적자 수준인데 적자 수준에 맞춰 가격 연동제를 적용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즉 GI 원가를 공개하면 이에 맞게 컬러강판 등 다른 제품에 가격을 연동시키겠다는 발상이다.

지금 냉연업계가 가전사에 공급하는 제품은 원가 인상만큼 가격을 반영시켜 주지 않는 바람에 경영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공장 가동을 위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납품하고 있지만 판매해도 이익이 나지 않는 헛장사를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의 대외비까지 들춰내려는 저들의 오만한 처신은 ‘갑질’의 대표적인 행태이다.

전기로 제강사도 건설사들의 횡포에 경영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 반면 가격 인하에 혈안이 되었던 건설사들은 3분기 좋은 경영실적으로 부른 배를 두드리고 있다. 철스크랩을 비롯한 원부자재가격이 급등했음에도 철근 가격 적용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이에 따라 적자 판매를 해야 하는 전기로 제강사가 나왔고 영업이익이 곤두박질친 경영실적에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제품 원가가 올라가면 제품 가격에 반영하는 것은 당연한 시장 논리다. 하지만 건설사 측은 건설 관련 전문지를 통해 제강사의 3분기 철근 가격 인상에 대해 대정부 건의 및 공정위 탄원 등 모든 카드를 꺼내 저지하겠다는 겁박도 서슴지 않았다. 이 같은 횡포로 말미암아 결국 3분기 국산 철근 가격이 중국 내수 가격보다 저렴한 상황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이라면 차라리 장사를 포기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다.

수입재가 없었다면 이들의 횡포도 이렇게 심하지 않았을 것이다. ‘싫으면 말고’ 식의 저들의 배짱을 키운 것도 값싼 수입재가 한몫했다. 하지만 저들을 세계 속의 기업으로 우뚝 서게 하고 알찬 경영실적의 공로자를 꼽으라면 질 좋은 국산 철강재를 빼놓을 수 없다.

더불어 사는 사회에는 상생(相生)이 최고선 중의 하나이다. 수요업계는 자신을 키워준 옛 친구를 더는 홀대하지 말고 공존을 위한 경영에 심사숙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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