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 장기화에 LNG·해상운임·부원료 가격 강세
일본·중국·미국도 가격 인상…비용 부담 확산
국내 철강업계가 기타원가라는 새로운 부담에 직면하고 있다. 철광석과 원료탄, 철스크랩 가격 상승에 따른 제품 가격 인상이 진행된 가운데 최근에는 유가와 환율, 해상운임, LNG, 합금철 가격까지 동반 상승하면서 원가 압박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중동 지역 긴장 장기화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비용 부담이 생산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 예상보다 길어진 중동전…유가·LNG·물류비까지 상승
철강업계에 따르면 최근 원가 부담의 중심은 철광석과 원료탄 등 주원료에서 에너지와 물류, 부원료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초만 하더라도 중동 지역 분쟁이 단기간 내 마무리될 가능성에 무게를 뒀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유가와 환율, 해상운임 부담이 예상보다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WTI(서부텍사스산원유) 가격은 지난해 하반기 평균 배럴당 62.1달러에서 올해 상반기 평균 83.2달러로 34.0% 상승했다. 최근 고점 대비 일부 조정이 이뤄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유가는 제철소 운영 비용뿐 아니라 원료 수입과 제품 출하 과정의 물류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해상 물류비 부담도 이어지고 있다. 발틱운임지수(BDI)는 지난해 하반기 평균 2,065포인트에서 올해 상반기 평균 2,217포인트로 상승했다. 중동발 물류 불안이 다소 진정됐음에도 과거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운임 지표 상승보다 실제 선복 확보 부담이 더 크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원료탄과 철광석을 실어 나르는 선박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부 항로에서는 추가 비용을 지급하고도 선박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으로 알려졌다.
환율도 부담 요인이다. 6월 초순 기준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이상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수입 원료 구매 비용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비용 역시 상승세다. 미국 연방준비은행(FRED)에 따르면 아시아 LNG 가격은 지난해 하반기 평균 백만BTU당 11.15달러에서 올해 상반기 평균 15.58달러로 39.7% 상승했다. LNG는 제철 공정 전반의 가열로 등에 사용되는 핵심 열원인 만큼 생산원가 증가로 직결된다.
철강업계는 최근 원가 부담의 성격이 과거와 달라졌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철광석과 원료탄은 국제 시황에 따라 등락을 반복하는 대표적인 원재료지만 유가와 물류비, 환율, 에너지 비용은 철강사 스스로 통제하기 어렵고 상승 이후 장기간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라며 “특히 에너지 비용은 제선과 제강, 압연 등 생산 전 공정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특정 제품이 아닌 전체 제조원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관계자는 “원재료 가격 상승은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지만 최근 부담은 공장 운영과 물류, 수출입 전반에 동시에 영향을 주는 비용이라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라며 “전쟁이 길어질수록 인플레이션 영향이 생산 현장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 합금철도 들썩…일본·중국 철강사도 가격 인상
최근 철강업계가 주목하는 또 다른 변수는 합금철 가격이다. 산화몰리브덴과 페로크롬은 스테인리스강과 특수강, 에너지용 강재 생산에 사용되는 핵심 합금철이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중국의 자원 통제 강화 움직임이 겹치면서 가격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산화몰리브덴은 에너지용 강재와 고강도 강재, 특수강 등의 내식성과 강도를 높이는 데 사용된다. 페로크롬 역시 스테인리스강 생산에 필수적인 원료다. 두 품목 모두 특정 국가에 공급이 집중돼 있어 공급망 변화에 민감한 특징을 갖고 있다.
실제 2026년 6월 기준 합금철 가격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트레이딩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중국 현물 기준 몰리브덴 가격은 6월 5일 현재 kg당 597.5위안으로 집계됐다. 한 달 전보다 2.1% 상승했고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24.6% 높은 수준이다.
유럽 시장에서도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산화몰리브덴 가격 상승 영향으로 페로몰리브덴(65%) 가격은 kg Mo당 71.1달러 수준을 기록하며 고점 구간에 재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페로크롬 역시 상승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 NSSC는 올해 4~6월분 구매 가격을 1~3월 대비 3.2% 인상한 데 이어 일본제철은 7~9월분 가격을 파운드당 1.53달러(톤당 약 3,373달러)로 결정했다. 이는 직전 분기보다 약 3.4% 높은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중국의 자원 관리 강화 움직임과 글로벌 광산 운영 비용 상승이 겹치면서 공급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여기에 전력비 상승까지 더해지면서 생산원가가 전방위적으로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광석과 원료탄 가격 상승은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지만 합금철 가격은 공급 변수에 따라 변동 폭이 크다”라며 “고부가가치 강재 생산 비중이 높은 업체일수록 부담이 커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철광석과 원료탄보다 합금철 가격이 더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고 있다. 주요 생산국의 정책 변화와 공급망 이슈에 따라 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원재료 가격과 달리 에너지비와 물류비, 각종 환경비용은 한번 상승하면 쉽게 낮아지지 않는다는 점도 부담으로 꼽고 있다. 실제 최근 제품 가격이 상승했음에도 수익성 개선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비용 부담은 해외 철강사들도 겪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가격 인상 흐름이 특정 국가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중동 분쟁 장기화와 에너지 가격 상승, 물류 차질 등이 전 세계 철강업계의 공통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주요 철강사들이 잇달아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본제철과 JFE스틸은 6월 계약분을 대상으로 전 품목 가격을 톤당 5,000엔 인상했다. 일본 업계는 일반탄과 중유 등 에너지 비용 상승과 물류비 부담 확대를 주요 배경으로 제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 3월 발표된 톤당 1만 엔 인상이 철광석과 원료탄 가격 상승을 반영한 조치였다면 이번 인상은 전쟁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 및 물류비 부담이 반영된 성격으로 보고 있다.
중국에서는 바오산강철과 안산강철이 6월 내수 공급 가격을 톤당 100위안 인상했다. 시황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제조원가 부담이 커지면서 가격 조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뉴코어도 열연강판 기준가격을 20주 연속 인상하며 톤당 1,200달러 수준에 도달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가격 인상 흐름이 2021년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보고 있다. 당시에는 중국 인프라 투자 확대와 글로벌 제조업 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가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면 현재는 전쟁과 환율, 에너지 비용, 공급망 불안 등이 인상을 견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2026년부터 제4차 배출권거래제가 본격 적용될 예정인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향후 탄소배출권 비용까지 확대될 경우 철강사의 원가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최근 가격 상승은 과거에 누적된 원재료 가격 상승분을 일부 반영한 수준”이라며 “유가와 환율, LNG, 해상운임, 합금철 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은 여전히 진행형”이라고 말했다. 이어 “원재료 외 비용 증가가 지속될 경우 추가적인 가격 현실화 논의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