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에 간만에 훈풍 소식이 연일 들려온다.
주요 철강사들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 전력 인프라용 특수 강재 시장을 새로운 먹거리로 잡고 전담 조직 신설 등 공격적 행보에 나섰다는 소식이다.
현대제철은 최근 국내 데이터센터 7곳에서 총 3만톤 이상의 철강재를 수주했으며 동국제강 역시 데이터센터용 초대형 용접형강 '디-메가빔' 주문이 수개월 밀렸단다.
이처럼 데이터센터 특수는 건설경기 장기 침체와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신음하던 국내 철강산업에 모처럼 단비로 다가왔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철강업계 관계자들의 표정은 여전히 어둡기만 하다. 데이터센터 착시효과에 가려져 있을 뿐 전반적인 철강 수요는 아직까지 바닥을 긁고 있다는 볼멘소리다.
이유는 명확하다. 우선 체급 차이다. 데이터센터나 반도체 공장에 들어가는 봉형강류나 강판 등은 부가가치가 높고 단가가 높아 주요 철강사 수익성 개선에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반면 보통의 건설 현장에서 소비되는 대규모 물량의 일반재는 아직까지 지방 분양 축소와 공공 중심의 사업 등으로 수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기초 자재 수요를 데이터센터 특수로 만회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더 큰 문제는 AI 붐이 불러온 예상치 못한 매크로 역풍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16일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0.25% 포인트(p) 전격 인상했다. 지난 2023년 1월 이후 3년 6개월 만에 긴축 전환인 셈이다. 여기에 연내 2회 이상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증설 경쟁으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치솟는 등 경제 불균형과 인플레이션 압력을 막기 위함이다. AI 붐이 초래한 고금리 기조가 되려 하반기 건설시장 자금줄을 막는 장벽이 될 수 있는 지점이다.
AI 특수에 취해 건설시장 전체에 온기가 돌고 있다는 착각을 경계해야 할 시점이다. 실제로 치솟은 공사비와 미분양 적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 경색까지 겹치며 올 상반기 건설사 폐업 건수는 12년 만에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결국 아직까지 데이터센터는 불황 속 틈새시장일 뿐 벼랑 끝에 선 국내 건설경기를 견인할 구원투수로는 태부족인 상황이다. 최근 저점을 보이고 있는 건설경기 불씨를 꺼뜨리지 않기 위해 정부의 세심한 정책들이 보다 절실한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