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터의 시대, 철강 수출 ‘물량’보다 ‘전략’이다

쿼터의 시대, 철강 수출 ‘물량’보다 ‘전략’이다

  • 철강
  • 승인 2026.07.06 06:05
  • 댓글 0
기자명 에스앤엠미디어 snm@snmnews.com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달 우리나라의 전체 수출이 사상 처음 월 1천억 달러를 넘어섰다. 반도체가 압도적 견인차였지만, 철강 수출도 14개월 만에 플러스로 돌아섰다는 점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6월 철강 수출은 21억4천만 달러로 증가세를 기록했고, 데이터센터 건설 확대에 따른 철근 등 건설용 자재 수요가 회복의 배경으로 꼽힌다. 비철금속 역시 동·알루미늄을 중심으로 단가와 물량이 함께 늘며 6월 기준 최대 실적을 냈다.

문제는 수출 호조의 온기가 곧바로 철강업계의 안도감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데 있다. 유럽연합(EU)이 7월 1일부터 새로운 철강 수입 규제를 시행하면서 대EU 수출 환경은 한층 까다로워졌다.

EU는 철강 30개 품목의 연간 무관세 수입 물량을 기존 세이프가드 체제보다 46% 줄였고, 쿼터 초과 물량에 대한 관세율은 25%에서 50%로 높였다. 한국은 207만3천 톤의 전용 무관세 쿼터를 확보했지만, 이는 기존보다 19.7% 감소한 규모다.

물론 절대적으로 비관할 결과만은 아니다. 중국, 인도, 튀르키예 등 주요 경쟁국보다 한국의 감소 폭이 작았고, 한·EU FTA 체결국 지위를 바탕으로 공용쿼터 활용 여지도 남아 있다. 후판, 스테인리스 열연강판, 봉강, 선재, 형강류 등 일부 품목의 개별 쿼터 접근성이 넓어진 점도 긍정적이다. 
정부와 업계가 협상 과정에서 한국 철강이 EU 공급망과 현지 산업에 기여한다는 논리를 제기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제 승부는 협상장에서 현장으로 넘어왔다. 우선 쿼터 관리가 중요하다. 전용 쿼터가 줄어든 상황에서 품목별·거래처별 물량 배분을 정교하게 하지 못하면 고율 관세 부담이 곧바로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공용쿼터를 선점하는 것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EU의 철강 TRQ는 연간 1,835만 톤 규모이며, FTA 파트너에는 더 우호적인 배분 구조가 적용되고, 일부 공용쿼터는 선착순 방식으로 운영되는 만큼, 통관 일정과 물류 계획, 현지 수요 예측을 결합한 실행력이 필요하다. 계약일보다 중요한 것은 EU 수입 신고 시점이다. 

쿼터 배정은 통상 수입 신고 순서에 좌우되므로, 선적·도착·통관 일정을 분기 초에 맞추는 전략이 필요하다. 

또한 공용쿼터는 불확실성이 크므로 모든 거래처에 균등 배분하기보다, EU 내 자동차·기계·가전·에너지 등 안정적 수요처와 장기계약 물량을 우선 보호해야 품목 고도화도 필요하다. 단순 물량 확대보다 EU 시장에서 대체가 어려운 고부가·맞춤형 제품 비중을 높여야 한다.

수출 1조 달러 기대감 속에서 철강은 다시 회복의 신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세계 시장은 더 이상 많이 팔면 되는 시장이 아니다. 보호무역, 공급과잉, 탄소규제, 쿼터 경쟁이 동시에 작동하는 복합 전장이다. 

한국 철강 수출의 현안은 ‘수요 회복’이 아니라 ‘제한된 시장 접근권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수익화하느냐’로 바뀌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EU 신제도에 대한 실시간 정보 제공과 기업 애로 해소, 추가 통상 리스크 대응에 집중해야 한다. 업계는 쿼터 소진 속도, 품목별 채산성, 고객별 장기계약 구조를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 

철강 수출의 다음 경쟁력은 생산능력만이 아니라 통상 대응력, 물류 기획력, 시장 선점력에서 갈릴 것이다. 월 1천억 달러 수출 시대의 철강은 이제 더 정밀한 수출 전략을 요구받고 있다.

저작권자 © 철강금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