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특수강봉강에 대한 반덤핑 조사는 이제 속도의 문제가 됐다. 무역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한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진전이지만, 예비조사 기간 연장으로 실제 규제 시점이 늦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업계의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물론 수요업계의 걱정을 가볍게 볼 수는 없다. 중장비와 농기계용 단조품, 중소 기계부품 업체들은 그동안 중국산 저가 소재에 기대 가격 경쟁력을 유지했지만, 반덤핑 관세가 부과되면 원자재 가격이 올라 수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최근 무역위원회 이해관계인 회의에서도 국내 특수강 보호와 수요업계 원가 부담 조정이 핵심 쟁점으로 제기됐다.
그러나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반덤핑 조치는 더 신속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의 저가 수입 의존 구조는 지속 가능한 경쟁력이 아니라 일시적 착시기 때문이다. 덤핑으로 의심되는 가격에 소재를 들여와 단기 원가를 낮추는 동안 국내 소재 산업은 가동률 저하와 수익성 악화에 시달린다.
이 상태가 길어지면 국내 제조 기반은 약해지고, 결국 수요업계 역시 안정적인 소재 공급처를 잃게 된다. 소재 산업이 무너지면 부품 산업도 결코 홀로 설 수 없게 된다.
반덤핑은 보호무역의 구호가 아닌 시장을 정상화하는 최소한의 장치다. 이슈의 핵심은 중국산 제품이 싸다는 데 있지 않다. 정상적인 시장 경쟁을 벗어난 가격으로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그 결과 국내 기업의 투자 여력과 기술 개발 기반까지 훼손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는 공정 경쟁이 아니기 때문에 관세를 통해 왜곡된 가격 신호를 바로잡자는 것이다.
수요업계가 우려하는 부작용은 정부와 업계가 함께 풀어야 한다. 수출용 부품에 사용되는 원자재에 대해서는 환급이나 예외 적용을 검토할 수 있고, 국내에서 즉시 대체가 어려운 일부 품목에는 제한적 유예를 둘 수도 있다. 소재 전환 과정에서 중소 단조업계가 감당해야 하는 비용 부담에 대해서는 정책금융, 납품대금 연동, 장기 공급계약 등 현실적 보완책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보완책이 반덤핑 조치 자체를 늦추는 명분이 되어서는 안 된다.
또한 국내 특수강 제조업계는 결코 반사이익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관세는 지혈제일 뿐 체질 개선의 대체재가 아니다. 따라서 수요업계가 체감할 수 있는 품질 안정성, 납기 신뢰성, 맞춤형 기술 지원을 함께 제공해야 한다. 고부가 시장에서 중국산 범용재와 확실히 구별되는 기술적 해자를 만들어서 “국산 소재는 비싸다”는 인식을 “국산 소재가 최종 제품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신뢰로 바꿔야 한다.
이번 사안의 핵심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가 아니다. 특수강봉강은 단순한 철강재가 아니라 부품 산업과 완제품 산업을 떠받치는 기초 체력이기 때문에 국내 제조 생태계 전체를 어떤 구조로 유지할 것인가의 문제다.
따라서 정부는 조사를 엄정하게 진행하되 불필요한 지연을 줄여야 한다. 예비판정과 최종판정이 늦어질수록 시장에는 가수요, 재고 투기, 가격 혼선이 커질 수 있다. 그 사이 국내 제조사와 유통업체는 더 큰 불확실성을 떠안게 된다.
중국산 특수강봉강 반덤핑 규제에 필요한 것은 결단의 지연이 아니라 신속한 규제와 치밀한 보완책의 병행이다. 신속한 판정과 정교한 예외 설계, 중소 수요업계 지원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시간이 더 지나면 보호해야 할 산업 기반 자체가 사라질 수 있으니 규제 필요성을 인정한다면 결정을 지연해서는 안된다.

